glory

( 2013-01-10 12:07:05 , Hit : 1800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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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량한 들판이라도

황량한 들판
혼자서 가야 하는
길이 있다

캄캄한 밤
혼자서 허덕이며 가야하는
시간도 있다

너무 아파 잠 못 이루며
혼자서 뒤척여야 하는
그런 밤도 있다

쓸쓸한 해질녘
살아온 인생길이
갑자기 허무해져
몸을 떨어야 하는
그런 날도 있다

'천사의 도시'에서
죽도록 아팠던 시간
문득 손잡아 일으키시며
나와 탱고 한판 추지 않겠니
손을 내미시는
주님의 음성 들으며
그냥 울었다
감격했다

아무리 황량한 들판도
아무리 쓸쓸한 인생길도
아무리 깊은 고통의 밤도
주님 손 잡는 순간
가득 채워진 건
가슴 벅찬 감격
울게 하시는 위로
치유하시는 능력
가슴 가득 채워주시는 감사

-2013년 1월 10일 아침 LA 한 호텔에서

**********

미국 뉴멕시코 주 알버커키에서 있었던
북미예전학회의 빡빡한 일정 모두 마치고
집회 인도를 위해
캘리포니아에 왔다가 LA에 도착한 그 다음날 몸살이 났다.
몸살 감기에 요로감염까지...
이틀동안 생전 처음으로 그렇게 많이 아파보았다.
너무 몸이 쑤셔서 잠도 이루지 못하고 밤새 허덕이다가
오한이 나는 몸 둘러싸고 시간이 되면
새벽, 저녁 나가 말씀 전하고
와서는 또 쓰러졌다.
제자들과 약속했던 식사도 다 캔슬했다.

오늘 새벽 인생의 마지막 길을 가고 있는
사도 바울에 대한 말씀을 전하다가 울었다.
죽음의 길인 줄 알면서도 말씀을 위하여
로마를 향해 가던 노사도 바울...
어찌 외롭지 않았을까? 어찌 힘들지 않았을까?
이를 악물며 복음을 위해 달려가던
그 길도 결코 평탄치 않았다.
풍랑, 파선, 독사에 물림, 사람들의 냉대와 멸시...
넉넉히 낙망할 수 있는 그 힘든 자리에서
손을 내밀어 주님의 파티에 초대하시는
그 부분을 전하다가 울고 말았다.
멋들어지게 주님 손에 이끌리어
활량한 들판에서 탱고를 주고 있는 노 사도 바울의 모습을 보여주셨다.

주님 손에 이끌리면
활량한 들판도 천국이 된다는 사실을 외치며
사흘 금식 성회를 하는 교인들에게
말씀 전하는 행복을 누렸다.
타지에서 이틀을 그렇게 많이 아프게 하셨던 이유가 있었다.
그 황량한 들판을
그 외로움, 그 아픔을 몸으로 겪게 하신 다음에
그 말씀을 전하게 하시는 주님 섭리 앞에서 또 다시 울었다.
말씀을 대신 전하도록 맡겨 놓으신 종의 불민함을 너무도 잘 아시는,
그것은 주님의 처방이었다.

바울만이 아니라
작디 작은 종에게도 손을 내미시는 주님
그리고 초대해 주신 주님...
그 주님의 손에 이끌려
빙글빙글 탱고를 추며 몇바퀴 돌고 났더니
일단 끊어질 둣이 아팠던 허리 통증은 완전히 사라진다.
오늘 천사의 도시를 떠나
온전치 않는 몸으로
샌프란시스코로 올라가는 길목이
그래서 행복하다.

주님 손에 이끌려 나아가면
이래도 감사하고
저래도 감사한 것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