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lory

( 2021-02-19 17:20:26 , Hit : 1817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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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보고 쉽게 살라 하네

꽃피기 어려운 계절에 쉽게 피는 동백꽃이
나보고 쉽게 살라 하네

내가 쉽게 사는 길은
쉽게 벌어서 쉽게 먹는 일

어찌하여 동백은 저런 절벽에 뿌리박고도
쉽게 먹고 쉽게 웃는가

저 웃음에 까닭이 있는 것은 아닌지
쉽게 살려고 시를 썼는데

시도 어렵고 살기도 어렵네
동백은 무슨 재미로 저런 절벽에서 웃고 사는가

시를 배우지 말고 동백을 배울 일인데

이런 산조(散調)를 써놓고
이젠 죽음이나 쉬웠으면 한다

*********

하루에도 수십번 생각하고
수십번은 묻게 되는 질문에 붙들려 사는데...
과연 이 길인가를 묻고 또 묻는데
멋지게 사시는 노 시인의 그 당당함과
그 생각이 넉넉함이 늘 부러웠는데
이생진 시인도 고민이 가득 했던가 보다.
꽃피기 어려운 시절에 쉽게도 피어나는 동백꽃 보며
쉽게 살고 싶어 부러웠단다.
그리고 "꽃처럼 살려고..." 했단다.
그래서 이 시가 멋지고, 시인의 그 고민에 작은 미소 지으며
고개를 끄덕인다. 역시 이생진 시인이시다....

찬 바람 불어오는 바닷가에서
때론 눈보라 속에서 빨갛게 피고
그리고 서슴없이 떨어져 눕는
그 동백의 정열과 거침없음이 부러웠단다.
절벽의 아찔함 속에서도
초심을 잃지 않고 피어나는 동백이 부러웠단다.
사는 것도 어렵고, 시를 풀어내는 것도 어렵고
삶을 사는 것도 어렵고...
팔십년 넘게 달려왔어도 시 한편 풀어내는 것이 어려워
사람들의 박수에도 그는
시를 배우지 말고 동백을 배울 것 그랬단다.
이제 죽음이나 쉬웠으면 하는
시인의 순수가 가슴을 저리게 한다.

사는 일이 쉬운 일이 없는가 보다.
이 길만 어렵겠는가, 모든 인생길이 어려운 것이지...
그래서 엎드리는 것이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