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lory

( 2021-02-12 07:27:59 , Hit : 1583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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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해, 어머니의 강령

설날이 오면 어머니는
어린 우리 형제자매를
장작불에 데운 물로 목욕을 시킨 후
문기둥에 세워놓고 키 금을 새기면서
작년보다 한 뼘이나 더 커진 키를 보며
봐라, 많이도 자랐구나
어서어서 자라나거라
함박꽃처럼 웃으며 기뻐하셨다

설날이 오면 어머니는
어린 우리 형제자매를
깨끗이 빨아 다린 설빔으로 갈아 입힌 후
둥근 상에 앉혀놓고 떡국을 먹이며
일 년 내내 부지런히 일해서 모아낸
저축통장을 펴보이며 봐라
우리 집 희망통장이 많이 늘었단다
올해도 열심히 공부해 진학하거라
햇살처럼 웃으며 기뻐하셨다

설날이 오면 어머니는
언제부터인가 우리 형제자매에게
키가 얼마나 더 자랐는지 키 금을 재지도 않고
돈을 얼마나 더 모았는지 통장을 펴보지도 않으시네
올 설날 아침에도 둥근 상에 모여 앉아
떡국을 나누어 먹이시며
올해도 많이 웃고 건강하거라
욕심내지 말고 우애를 키우며 겸손하거라
옆도 보고 뒤도 보며 화목하거라
또 한 해를 살아갈 새해 강령을 선포하시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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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족이 함께 모여 예배 드리고
세배하는 아이들에게 작은 덕담 나누며
평온한 설날 아침을 보냅니다.
그리고 밀어낼 수 없는 부모님 생각에 사로잡히다가
박노해 시인의 ‘어머니의 새해 강령’을 읽으며
눈물 젖은 미소가 얼굴에 서립니다.
그리고 아버지 생각에 "Tell My Father" 노래를 듣습니다.

아무리 지우려해도 지울 수 없고
아무리 딴일을 하고 사람들을 만나도
명절이면 계속 떠오르는 어머니 생각, 그리고 아버지 생각...
결국 가정예배에서 기도하다가 그리움에 목이 매여
한참 기도를 잇지 못하였습니다.
자식들 입에 넣어주시려 배고픈 당신 입엔 넣지 않고
손에 들고 오시던 아버지,
몇날 밤 새워가며 자식들 먹이시려고
설명절 음식 준비하던 어머니 생각에 울컥합니다.

시인이 전하는 '어머니의 강령'이
우리 세대 누구나 경험한 공통점이구나
생각이 들어 미소 지으면서
어머니의 그 강령이 점점 변해 가는 것을
설날 아침에 새로 읽으며 새삼 깨닫습니다.
결국 다 자란 자식들에게 많이 웃고 욕심내지 말고
옆도 보고 뒤도 보며 화목하라 하셨던
어머니의 강령을 눈물과 함께 가슴에 담으며
그것을 내 자식들에게 전합니다.
우리 세대는 이 기쁜 설 명절에 늘 그리움이고 늘 눈물입니다.

삶은 언제나 '은총의 돌층계' 중간에 서 있고
비록 지금 힘든 길을 겉고 있어도 '섭리의 자갈밭' 어디쯤이라는
김남조 시인의 속삭임을 설날 아침 떠올렸습니다.
시편 116편 말씀을 가족이 함께 읽었습니다.
오래 전 시인의 삶에도 어려움이 가득하였지만
그의 시선을 지금까지 인도하신 하나님께, 그분의 은총에 고정시키더군요.
돌이켜 보니 살아온 날들이 하늘 은총으로 가득하였음을
새롭게 고백하며, 받은 은혜 잊지 말고
'주께서 주신 은혜를 무엇으로 보답할까' 고백하더군요.
우리도 새해, 그 마음으로 살자고 함께 다짐하였더랬습니다.

묶임 가운데서 맞는 설명절
기쁨 가득, 웃음 가득, 감사 가득
그리고 행복 가득하신 복된 설명절 보내시고
새해, 주께서 일마다 때마다
평강의 복을 더해 주시길 기도하며 설날 인사 전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