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겨울 못 잊을 사람하고
한계령쯤을 넘다가
뜻밖의 폭설을 만나고 싶다.
뉴스는 다투어 수십 년 만의 풍요를 알리고
자동차들은 뒤뚱거리며
제 구멍들을 찾아가느라 법석이지만
한계령의 한계에 못 이긴 척 기꺼이 묶였으면.
오오, 눈부신 고립
사방이 온통 흰 것뿐인 동화의 나라에
발이 아니라 운명이 묶였으면.
이윽고 날이 어두워지면 풍요는
조금씩 공포로 변하고, 현실은
두려움의 색채를 드리우기 시작하지만
헬리콥터가 나타났을 때에도
나는 결코 손을 흔들지는 않으리.
헬리콥터가 눈 속에 갇힌 야생조들과
짐승들을 위해 골고루 먹이를 뿌릴 때에도…
시퍼렇게 살아 있는 젊은 심장을 향해
까아만 포탄을 뿌려대던 헬리콥터들이
고라니나 꿩들의 일용할 양식을 위해
자비롭게 골고루 먹이를 뿌릴 때에도
나는 결코 옷자락을 보이지 않으리.
아름다운 한계령에 기꺼이 묶여
난생 처음 짧은 축복에 몸둘 바를 모르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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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중북부 아이오와(Iowa)주에 잘 도착했습니다.
오는 날, 폭설이 내려 꼼짝 없이 시카고에서 발이 묶였습니다.
그날 국내선 300편의 발이 묶여
주변 호텔들은 사람들로 넘치고 있었습니다.
기상 악화 때문에 호텔을 해 줄 수 없다는 UA 직원과 실랭이 하기를 30여분
결국 매니저를 불러서 호텔을 허락받아 그냥 편히 쉬었습니다.
2008년 1월 뉴욕집회 다녀가는 길에 아들 보기 위해 잠시 이곳에 들렸다가
그때도 폭설 가운데 갇혔던 기억이 납니다.
오랜만에 가족이 재상봉하여
행복한 하루를 보냈습니다.
다시 폭설 경보가 내렸습니다.
자그만치 7인치라니 거의 2미터 가까이 되는 눈이 내린다는 예고
눈이 많이 오는 지역이어서 평온합니다.
초저녁부터 눈이 퍼붓기 시작합니다.
싸락눈 내리는 소리에 유리창은 소리를 냅니다.
그리고 이어 함박눈으로 바뀝니다.
문득 문정희님의 시가 기억나
"한계령 연가"를 담습니다.
조금은 한량 같아 보이지만 얼어붙게 하는 눈을
발목을 잡는 눈길을 즐기려는 시인의 마음 자세,
그리고 사랑을 위해서 모든 것을 던지는 시인의 마음이
결국 이 시대를 사는 지혜로 와닿습니다.
사랑하며 살겠습니다.
모든 것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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