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lory

( 2012-02-01 15:32:55 , Hit : 1655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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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묶인 날에도 묶일 수 없었다

긴 세월 달렸다
예순해 넘게
오직 하늘만 바라보며
쉴사이 없이 달렸다.
그리고 쉬라시니
스무해 가까이 누워서
하늘만 바라보았다.
나의 일생
나의 눈길은
하늘 그곳에 두고 살았다.

돌아보면 한줌 세월
어찌 부끄러움 없을까만
적게 부끄러우려
몸부림쳤던 날들
그래서 새벽마다
성소에 엎드렸다
눈물을 담은 기도들
자녀들의 가슴에 뿌렸고
이 땅에 뿌렸었다.

언어를 묶어 버리고
팔다리를 묶어 버린 날도
내 기도의 언어는 묶을 수 없었고
하늘 향한 나의 사랑은
결코 묶지 못했다.
내 사랑하는 이들을 향한
눈물의 간구는
수족이 묶여진 그 자리에서도
멈출 수 없었다.

고통에 찬
한숨과 눈물이
어찌 없었으리
그런데 이젠
쉬어라 하신다.
아가야 쉬어라 쉬어라
그만해도 족하니 이제는 쉬어라

늘 바라보던 하늘나라
눈앞에 있는데
내 사랑하는 사람들이
마음에 밟혀
여든세해, 긴 소풍 마치려 할 때
하늘의 손짓 있으나
내 사랑하는 사람들 때문에
나는 아직 나서지 못하고 있다.
사랑한다 내 딸들아
사랑한다 내 아들들아...

*********

미국에서 감당해야 할 사역과 일들이 아직 남아 있는데
한국에서는 존경하고 사랑하는 장인, 박정환 장로님이
이 세상 소풍길을 마치고
천국 가실 준비를 하신다는 안타까운 소식을 접한다.
전화 벨 하나에도 마음을 졸이며
기도하고 있다.
정말 멋진 장로님으로 일생을 사셨고
음악을 사랑했고 자연을 사진기에 담는 사진작가였던 그분
유학 떠날 때 나이아가라 폭포를 사진기에 담고 싶어
내년엔 미국에 오시겠다고 약속하셨는데
그 약속은 지키지 못하셨다.
그리고 어느 날 쓰러져
벌써 이십년 가까이 묶여 지내셨다.
언어도 묶이고 수족도 묶이고....
이제 풀어 다니게 하라....
몇년 째 가까이 모시고 찾아뵐 때마다
다 타버린 연탄재가 생각나 안타까움의 기도를 올릴 때면
"연탄재 함부로 차지 말라
너는 누구를 위해 저렇게 뜨거워져 본적이 있느냐"
안도현 시인의 시로 책망하시며
네 눈에는 연탄재로 보이냐
이는 내 사랑하는 아들이요, 내 기뻐하는 자니라...
들려주시는 마음의 음성이 있었다.
이곳에서의 모든 일정 마치기까지
16일만 더 견뎌 주세요...
하나님이 이곳에서 감당해야 할 일들 있어
그 시간만 더 이땅에 두세요... 간절하게 기도하고 있다.
우리도 언젠가 소풍 마치고 떠날 날을 생각하며....
2012년 2월 첫날이 저물어가는 시간에 미국 애틀란타에서....

glory (2012-02-03 13:39:42)

5시간 전
고단한 이 땅에서의 모든 여정 마치고
박정환 장로님이 세상을 떠나셨습니다.
종의 힘든 여정 때문에 사랑하시는 주님께서는
더 기다릴 수 없으셨던 것 같습니다.
스트록으로 쓰러지신지 19년동안 힘든 투병하시면서도
늘 웃음을 잊지 않고 소망의 끈을 놓지 않으셨던 분이셨습니다.
우리의 일정이 꼬이고 어려워진다고 천국 가시는 길을 늦출 수 없지요.
장례를 위해서 잠시 후
뉴욕을 경유해서 한국에 나가는 저녁 비행기 표를 가까스로 구했습니다.
이곳의 집회 일정을 바꿀 수 없어 나흘만에 다시 돌아와야 합니다.
기도해 주신 분들께 감사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