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lory

( 2008-10-10 18:34:54 , Hit : 3295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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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는 내 사랑하는 자요

유난히 일정이 많았던 어제
강의와 회의, 학생 면담,
집필의 바쁜 일정 조정하고
저녁 시간 잠시
생사의 기로에서 힘겨운 싸움하고 있는
한 분을 찾아 병원에 다녀왔다.
박사과정 논문을 쓰는 중에
선교사로 부름 받고 떠난 제자의 가정
"교수님, 아내가 사흘 넘기기 어려운 것 같아요."
넋이 나간듯 들려오는 통화음 소리 듣고

2년전 서울에서의 사역 접고
암 수술 받고 채 회복도 되지 않은
아내와 손 잡고
십대의 세 아이 손 잡고
낯선 땅으로 떠났다.
40대 중반의 빠르지 않는 나이로
마약과 폭력이 여전히 난무하는
남미 니카라과로 떠난 선교사 부부

도착한지 한달도 안되어 강도 만나
세자녀와 삶의 터전 일구어야 할
생존비도 다 빼앗기고
사역 자료, 학위 논문 자료 담긴
어떤 재산보다 소중한 컴퓨터도 빼앗기고
그래도 돕는 손길 있어 집 한칸 마련한 그곳에
강도들의 손길은 끝나지 않고
한번은 옆구리에 칼을 꽂고 들어왔다.
가까스로 생명은 건졌으나
계속해서 가슴에 밀려오는 질문 하나
"주여, 이래도 우리가 이런 땅에서 남아 있어야 합니까?"

그런데 주님은 또다른 물음으로 다가오셨다.
네 모든 것을 빼앗아가고
그들을 사랑하여 이 땅에 달려온
네 옆구리에 칼을 꽂고 들어와도
그래도 너는 이 땅 가슴에 품고
내가 사랑하는 저 영혼들을 진정으로 사랑하느냐?

그 말씀 받고
계획하던 갔던 신학교 교수 사역 포기하고
빈민가 원주민들 가운데로 들어갔다.
거친 땅으로 나아간 것은
생명을 건 모험...
버려진 아이들 거두고,
하루 한끼 먹고 사는 이들에게
밥을 해서 먹이고
거기에서 펼쳐진 사역은
그 땅에 간지 2년도 되지 않아
동네에 교회가 세워지고
절망의 땅에 희망이 피어오르기 시작했다.

그렇게 힘차게 달리다가
두 사람 다 병 얻어
이 땅에 일년 반 만에 돌아와
부부가 함께 수술대 위에 누웠다.
수술 자국도 완전히 아물기 전
사역지를 오랜 비워둘 수 없어
암투병 중인 부인만 남겨두고
혼자 귀국길에 올랐다.

선교사님 자녀들은 다르던가?
다니던 학교 휴학하고
엄마 병간호하겠다고
자녀들은 엄마 곁으로 돌아와
눈물의 기도로 병 간호하였지만
결국은 생사의 갈림길에 서 있었다.

방광에서 시작된 암 덩어리
송두리째 들어냈으나
생명을 끊어놓는 암세포
피를 타고 돌다가 간에 붙어
의사가 손을 쓸 수 없는 상태로 만들어 버렸다.
투병하던 몇개월 아무 효력없고
큰 병원들 다 찾아보았으나 가망없다는
절망의 이야기만 듣고
집으로 돌아왔다.
밀려오는 고통을 어쩔 수 없어
동네 작은 병원에 입원,
마취주사로 힘겨운 삶을 견뎌내며
생과 사의 갈림길에 서있었다.

오신 분 인사라도 할려는 듯
힘겹게 한번 눈떠 보이고
다시 혼수상태로 빠져드는 분
주님을 위해 젊음을 쏟은 후
쇠잔한 모습만 허물어질 듯 놓여있었다.

혼자 돌아가 정신없이 달리고 달려
6개월만에 성전 완공하여 가까스로 봉헌하고
갈림길에 서있는 아내 찾아
얼마전 달려왔다.
고생만 한 아내에게
해줄 것 아무 것도 없어
얼굴 가득 안타까움
미안함 마음 가득 안고
곁에 서성거리고 있었다.
칠순 노모는
꺼져가는 생명
가까스로 버티고 있는 사랑하는 딸
이마를 연신 만지고 또 만지고...

평안히 천국 갈 준비하라고 하기에는
너무 젊은 나이
편히 가게 해달라고 기도하기에는
남미 땅에 기다리고 있는 영혼이 너무 많아
모든 것을 맡기고 평안을 가지라고 하기에는
아직 돌보아야 할 십대 자녀가 너무 어려
차마 말문을 막았다.

생사의 갈림길 넘나들고 있는 자리에서
기도의 줄 놓지 말고
믿음의 줄 놓지 말고
소망의 줄 놓지 말라고...
해줄 수 있는 것은
간절한 권면, 그리고 기도 뿐

내내 혼수상태에 있던 그분
그러겠다는 응답이라도 하듯
큰 눈을 떠서 맑은 눈동자로 잠시 바라보고
그리고 다시 눈을 감고
서둘러 그 길림길로 돌아선다.

우리도 언젠가는 한번
넘어야 할 선
한번은 누구나 서야 할 그 자리
온 몸 던져 사역하다
병 얻어 돌아온 선교사 부부
그 갈림길에 외롭게 서있었다.

아니다 아니다.
그 자리에는 우뢰와 같이 들려오는
하늘 음성 있었다.
"이는 내 사랑하는 자요
내 기뻐하는 자로다."

아니다 아니다
그 자리에 맴도는 찬양 있었다.
"주께서 주신 동산에 땀흘리며
씨를 뿌리며
내 모든 삶을 드리리
날 사랑하시는 내 주님께
비바람 앞을 가리고
내 육체는 쇠잔해져도
내 모든 삶을 드리리
내 사모하는 내 주님께..."

아니다 아니다.
그 자리에는 맴도는 고백이 있었다.
"내 육체와 마음은 쇠잔하나
하나님은 내 마음의 소망이시요
영원한 분깃이시라..."

-2008년 10월 11일 아침

glory (2008-10-10 18:36:17)

주께서 주신 동산에 땀흘리며
씨를 뿌리며
내 모든 삶을 드리리
날 사랑하시는 내 주님께
비바람 앞을 가리고
내 육체는 쇠잔해져도
내 모든 삶을 드리리
내 사모하는 내 주님께

땅끝에서 주님을 맞으리
주께 드릴 열매 가득안고
땅끝에서 주님을 뵈오리
주께 드릴 노래 가득안고
땅의 모든 끝 찬양하라
주님 오실길 예비하라
땅의 모든 끝에서 주님을 찬양 하라
영광의 주님 곧 오시리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