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lory

( 2022-02-06 12:23:21 , Hit : 987 )

M2.jpg (84.1 KB), Download : 0

이녁

그믐 가까운 밤하늘
별들이 좋아
별 보러 가자 했더니 따라 나선 사람

등 뒤로 유성 하나 길게 흘러
“앗 별똥별이다” 하니
“에이, 난 못 봤는데... 근데 당신이 보았으니 됐어” 한다

내가 먹은 것으로
이녁 배가 부르고
내가 본 꽃으로
제 가슴에 천국을 그리는 사람
나를 스친 풀잎으로
제 살갗에 피멍울이 맺혀
내가 앓기도 전에
먼저 우는 사람아

별똥별 떨어진 자리
또 한세상 같이 건너야 할
무지개 다리 하나 걸려 있겠다

**********

복효근 시인의 "이녁"이라는 시가 왜 이렇게 정겨운지요?
옛 어른들은 '여보'라를 말을 못해
큰 아이 이름을 붙어 누구 엄마라고 부르기도 하고
좀더 정겨운 이들은 '이녁'이라는 표현을 사용했지요.
나이가 들어가면서 좋아하는 것이 같고
함께 별보러 갈 정도로 감정이 메마르지 않으면
참 복된 부부이겠지요
내가 본 꽃으로 가슴에 천국을 그리는 사람이라는
표현이 왜 그리 따뜻한지요?

빙점의 작가 미우라 아야꼬의 '울지 않는 바이올린'이 생각이 났습니다.
느낌이 통하지 않고, 공감도 못하는 아내의 말 한마디에
평생 마음의 문을 닫고 살았다는 어느 남자의 이야기...
젊은 날에 바이올린을 조금 연주했지만
지금은 울지 않는 바이올린 되었다는 남자...
결혼 후 아내에게 바이올린 연주를 들려주었더니
바이올린 솜씨가 형편 없다는 말은 안했지만
진짜 연주를 잘 하는 사람을 알고 있다는
느낌없는 아내의 말 한마디에 바이올린을 내려 놓았다는 이야기를 들으며
아내가 무심코 던진 말 한마디에 20년 동안이나 바이올린을 잡은 적이 없다는...
어디 남편만이겠는가? 아내도 마찬가지이겠지요.
상처로 가득한 세상에서 함께 별을 보러 갈 이녁이 있다는 것은
가장 큰 축복이라는 생각을 하게 됩니다.

우리 부친이 자주 입에 담으시던 그 말...
이녁... 참 좋은 말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