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lory

( 2020-11-18 16:19:45 , Hit : 954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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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을나무에서 겨울나무로

내 목숨 이어가는
참 고운 하늘을
먹었습니다

눈 감아도 트여오는
백설의 겨울 산길
깊숙이 묻어 둔
사랑의 불씨

감사하고 있습니다
살아온 날
살아갈 날
넘치는 은혜의 바다

사랑하고 있습니다
가는 세월
오는 세월
기도하며 지새운 밤

종소리 안으로
밝아 오는 새벽이면
영원을 보는 마음....

*********

마음에 없던 총장 보직을 수행하다보니 매일 허겁지겁 달리게 됩니다.
어제도 저녁 늦게까지 꽉짜인 스캐줄에 허덕이며 달리다가
어제 학교 홈컴밍 행사에 오신 목사님들과 함께
점심식사 위해 식당으로 향하는데
늦가을의 아름다움이 다 사라지지 않았습니다.
이 가을은 누릴 여유도 없이 허겁지겁 달리는
늦깍이 저를 위해 주신 남겨두신 것이라 생각하니 감격이었습니다.
내게 주신 날들, 내 옆에 우뚝우뚝 세워두신 사랑하는 사람들
늦가을의 아름다움
더 사랑하고, 더 깊이 음미하려고 합니다.

이제 마지막 것들을 붙들고 몸부림치던
저 불타던 가을나무들은 곧 겨울나무로 바뀔 것입니다.
문득 이해인 시인의 시구가 생각나 적습니다.
"감사하고 있습니다/ 살아온 날/ 살아갈 날/ 넘치는 은혜의 바다
사랑하고 있습니다/ 가는 세월/ 오는 세월/ 기도하며 지새운 밤..."
그냥 살지 않는 시인들이 참 아름답습니다. 아니 멋집니다.
저도 그리 살아보려고 발버둥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