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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ubject	114회 장로회신학대학교 학위수여실 권설

다시 첫사랑의 가슴과 열정으로 나아가십시오

김운용 (장로회신학대학교 총장대행)

1. 하나님의 부르심을 따라 광나루 동산에 올라와 코로나로 많은 것이 묶인 상황에서 학업을 마치고 졸업하시는 분들의 졸업을 진심으로 축하를 드립니다. 코로나로 많은 것이 묶인 상황에서 학업을 이어가셔야 했기에 어느 때보다 더 값진 것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뒤에서 기도로, 격려로 후원하신 가족들에게도 깊은 감사와 축하를 드립니다.

2. 그동안 밤잠을 줄여가며 열심히 학업을 이어온 것은 어떤 명예를 얻고, 대단한 이득을 얻고, 단순히 학위를 취하기 위함도 아니었습니다. 나의 인생을 걸고 우리의 주님 예수 그리스도와 주님의 몸된 교회를 더 잘 섬기기 위함이었고, 하나님 나라의 일꾼으로 더 잘 살아내기 위함이었습니다. 학문과 습득한 지식도 칼과 같아서 어떻게 사용하느냐에 따라 달라집니다. 이곳에서 연마한 학문이 교회를 세우고 사람을 세우고, 행복하게 하는 도구로 사용하십시오.

3. 우리가 섬겨야 할 한국교회는 그동안 민족과 세계 열방을 향해 새 희망을 전하는 공동체로 역할을 해 왔지만, 오늘 전환기적 위기 앞에 서 있음을 부인할 수 없습니다. 코로나 팬데믹 현상으로 인해 그 위기는 더 가시화되고, 깊어지고 있습니다. 전염병은 한국교회 역사상 처음으로 예배가 묶어버렸고, 대부분의 사역을 중단시켰습니다. 코로나 이전으로 돌아가기가 어려울 것이라는 예측과 편리함에 묶여 신앙 활동이 위축될 것이며, 종교 소비주의가 등장하면서 ‘디지털 노마드 현상’이 불가피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오면서 위기의식은 더 깊어갑니다. 어떻게 교회와 사람들을 세울 것인가, 특히 어떻게 다음 세대를 세울 것인지가 큰 과제로 다가옵니다.

4. 그러나 교회 역사를 살펴보면 위기가 없었던 때는 한 번도 없었습니다. 위기를 기회로 바꾸어 가는 이들이 우뚝 서 있었을 때 주님의 교회는 세워졌습니다. 예수님 승천하신 후 60년이 지나가던 때, 여러 곳에 교회가 세워졌지만, 황제 도미티아누스(AD 81-96 재위)의 폭정으로 교회는 무너질 위기에 처합니다. 열한 명의 사도들은 이미 순교했고, 마지막 남은 사도 요한마저 황제 숭배를 거부하다가 체포되어 황제 특명이 아니면 풀려날 수 없는 밧모 섬에 유배됩니다. 교회가 무너지는 것은 시간문제로 보였습니다. 무너져 내리는 교회 소식을 들으며 무릎 꿇은 그에게 성령님께서 전하라고 주신 말씀이 있었습니다. 당시 상황을 생각하면 그리 대단한 해법으로 보이지 않습니다. “오른손에 있는 일곱별을 붙잡고 일곱 금 촛대 사이를 거니시는 이가 이르시되... 너를 책망할 것이 있나니 너의 처음 사랑을 버렸느니라. 그러므로 어디서 떨어졌는지를 생각하고 회개하여 처음 행위를 가지라.”(계 2:1-3).

5. 해결책이 무엇이었습니까? ‘처음 사랑’과 ‘처음 행위’였습니다. 그것이 무너져 내리는 교회를 지켜낼 비법이 될 수 있을까요? 말씀을 묵상하는 가운데 떠오른 시가 있었습니다. “눈을 다 감고도/ 갈 수 있느냐고/ 비탈길이 나에게 물었다/ 나는 말했다/ 두 발 없이도/ 아니, 길이 없어도/ 나 그대에게 갈 수 있다고”(김현태, “첫사랑”). ‘첫사랑’의 추억이 있는 분들은 시인이 전하는 말의 의미를 압니다. 비탈길이어도 갈 수 있게 하는 힘, 눈을 감고도 넉넉히 가게 하는 힘, 길이 없어도 갈 수 있게 하는 힘, 아니 두 발이 없어도 그 험한 길을 헤치고 갈 수 있게 하는 힘... 그건 첫사랑의 힘이랍니다. 사랑이 빚어내는 신비랍니다. 성령님께서는 그 첫사랑의 힘을 다시 깨우쳐 주십니다. 모든 문제도 거기에서 나오고, 그 해결도 거기에서 비롯된답니다. 사랑에 빠진 사람의 가슴과 눈빛, 그것이 해법이랍니다.

6. 주님의 부르심에 반응하여 나아왔다면, 이제 그 부르심에 다시 반응하며 사역의 자리로 나아가십시오. 그대들이 인생의 주인이 아니고, 교회의 주인이 아니고, 가정의 주인이 아니라는 사실을 기억하며 나아가십시오. 개혁교회 신학 전통은 ‘하나님의 주권’ 신앙을 바탕으로 합니다. 하나님 앞서지 말고, 대장 노릇 하려 하지 말고, 그분 뜻에 인생과 사역의 방향을 맞추려는 노력과 하나님의 주권 앞에서 순종하고 멈춰서는 훈련을 평생 계속하십시오. 끊임없이 자신을 성찰하십시오.

8. 영화음악의 대부, 엔니오 모리코네(Ennio Morricone)가 2020년, 92세를 일기로 세상을 떠났습니다. 우리 귀에 익숙한 영화, ‘시네마 천국, 미션, 러브 어페어, 황야의 무법자, 대부’ 등 500여 편의 주옥과 같은 영화음악을 작곡했고, 그 음반이 세계적으로는 약 5,000만 장, 국내에서도 약 200만 장의 음반이 팔렸습니다. 그의 영화음악을 들을 때마다 그는 참 복 받은 사람이라는 생각을 했습니다. 음반이 많이 팔려서가 아닙니다. 돈을 많이 벌었고, 사람들의 많은 박수를 받아서가 아닙니다. ‘시네마 천국,’ ‘미션,’ ‘대부’ 등은 작품성이나 스펙터클에 있어서 명작이 틀림이 없습니다. 그러나 그것이 대작이 된 것은 모리코네의 음악이 담겨 있기 때문입니다. 어려움 가득한 사역의 자리로 여러분을 파송하면서 그런 기도가 계속 나옵니다. ‘모리코네 음악이 들어가면 영화가 살아나듯, 이들이 들어가는 곳에 사람이 살아나고, 교회가 살아나게 해 주십시오. 한국교회가 어두우니 이들을 사용해 주십시오. 키리에 일레이손...’

9. 배는 안전한 항구에 정박하기 위해서가 항해를 위해 존재합니다. 잠시 이 동산에 머물렀으나 이제 닻을 높이 올리고 항해를 시작하십시오. 맑은 날만 있지 않을 것입니다. 비바람이 불어오는 날도 있고, 거친 파도도 일어날 것입니다. 그러나 잊지 마십시오. 여러분의 항해 길의 선장은 주님이시고, 성령님께서 인도하고 계심을 잊지 마십시오. 첫사랑의 열정과 떨림, 눈빛을 가지고 나아가십시오. 사역의 자리, 삶의 자리로 나아가는 분들에게 모압 평지에서 가나안 땅을 향해 길 떠나는 이스라엘 백성들을 향해 모세가 손을 들어 강복선언을 했듯, 길 떠나는 여러분을 향해 그 축복을 전합니다. “하나님께서 여러분들에게 복을 내리시고 여러분을 지켜주시기를, 하나님께서 여러분에게 미소 지으시고 은혜 베푸시기를, 하나님께서 여러분의 얼굴에서 눈을 떼지 않으시고 여러분을 형통케 해 주시길 빕니다”(민 6:24-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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